2010/01/31 01:14
인생 잡담/마실
기억을 되살려 하나씩, 하나씩.
더 늦기 전에 얼릉 마무리 지어야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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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취엔 라면? 글쎄....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키치죠지를 누비는 것이었지만, 전날 과음해서인지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흑. 늦긴 했지만 그래도 꾸물꾸물대며 일어나 키치죠지로. 일본에 가기 전, 여러 책들을 보면서 계획을 짤 때만 해도 혼자서 키치죠지를 가겠어!! 라고 했으나, 막상 혼자 가려니 부끄부끄. 다행히 전날 연구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내일의 계획을 얘기하다, K씨와 함께 가기로 결정.
어쨌든 키치죠지로.
원래는 키치죠지 역 근처에 있는 사토 정육점에서 고로케도 먹고, 꼬치로 유명한 곳에서 꼬치와 함께 맥주를 마실 계획이었으나, 너무 배가 고파 일단 아무거나 먹기로 했습니다. 이왕이면 해장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말이지요.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니다 라면집을 발견, 그 곳에서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은 가게 옆에 있던 자판기로 가 메뉴를 골라 쿠폰을 뽑았습니다. 저는 이 가게의 간판 메뉴인 듯한 虎洞 라면, K씨는 虎洞 라면 매운 맛(?)을 선택. 뽑은 쿠폰을 들고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터프한 옷차림과 문신의 점원이 가게 안으로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いらっしゃいませ!" 손님을 반기는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들어선 가게 안에는 문신을 한 형들이 득실득실. 가게 간판에 써 있던 "武蔵"라는 단어가 이 가게의 컨셉인 듯 합니다. 면을 익히는 냄비 근처에 있던 점원 한 분이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언가를 내던지길래 데인 줄로만 알고 깜짝 놀랬지만, 알고보니 면이 다 익어, 면에 남아 있던 물을 터프하게 털던 것. 흐흐.
라면 값은 1,000엔 정도. 진한 육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상 시에 먹었으면 굉장히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무래도 어제 마신 술 기운이 남아서인지, 라면이 느글느글해서 먹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안타깝도다...
+ 소풍 가고 싶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라면으로 배를 채우자 조금씩 사라지는 숙취. 한결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내 멋대로) 키치죠지의 하이라이트,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 그리고 나무들로 둘러싸인 커다란 공원. 가을(9월 말에 갔음)임에도 나무들은 아직까지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도심에 자리잡고 있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한적한 교외의 숲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름) 상쾌한 공기가 가득. 가족(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서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한가득. 저와 K씨는......맥주를 잡고서 산책을. 흐흐.
맥주를 산 매점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두 분께서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여기서도 짧은 일본어로 맥주 구입 성공. 어제와 마찬가지로 "스미마센-" 하고 인사를 먼저 한 다음, 앞에 나와있는 맥주 샘플 중의 하나를 가리키며 "고노 비-루오 후타츠 쿠다사이-"하면 끗. 서로 다른 종류의 맥주를 고르는 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로 통일. 저흰 하XX켄을 골랐습죠. 아무래도 주문을 받으신 할머니는 매점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합니다. 맥주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메셨거든요. 매점 안 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다른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후에야 맥주캔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멋쩍게 웃으시며 맥주를 내미시는 할머니와 멋쩍게 웃으며 맥주를 받는 나. 소소한 즐거움을 안고서 (그리고 맥주캔을 가방에 넣고서) 공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공원 가운데에는 커다란 연못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연못의 물을 도쿄의 상수원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공원의 이름인 "이노카시라(井の頭)"도 그에 유래된 거구요. 이노카시라라는 이름이 수원지를 뜻한다고 해요. 호수를 건너는 다리 밑에 우글우글, 뻐끔뻐끔거리는 잉어가 쪼끔 징그러웠습니다.
동물원 안, 가장자리에 있던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풍경도 좋고.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면, 아마 날마다 공원에 소풍을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돗자리 펴놓고 주저앉아, 낮에는 술을 홀짝홀짝 마시다 낮잠도 들고, 밤에는 연못에 비친 달을 보며 한잔, 또 한 잔. 크크.
아직 들를 곳이 남아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이노카시라 공원을 나섰습니다.
+ 걷다보면 만나게 되어 있음.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시모키타자와. 신주쿠에서 오다큐선을 타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준급행이나 급행, 쾌속급행 열차를 타면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시모키타자와에서 정확히 내려야 한다는 것? 급행 시리즈 열차를 타고서 제 역에 못내리게 되면...... 몇 십 정거장을 지나치게 됩니다. 저희가 그랬어요. =_=;; 5분이면 가는 거리를 40분만에 도착. 어흑.
어찌어찌하여 시모키타자와에 도착해, "Meili"와 "Five & Ten"을 찾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북에 실린 두 상점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의 사진이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거리를 걷다가 오락실을 발견, 거기서 K씨랑 둘이 차례로 북을 두들겼는데, K씨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북을 두들기는 모습을 뒤에서 한 백인이 구경하다가 사진을 여러 장 찍어갔대요. 해외에 있는 누군가의 블로그에도 북을 두들기는 제 모습이 담겨 있겠군요. *-_-*
시모키타자와는 (K양과 가이드북에 따르면) 홍대 느낌이라고 합니다. 가 본 적이 거의 없어서 홍대 느낌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쁘면서 이국적이고, 뭔가 마이너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낮이 아닌 저녁에 찾아 갔다는 것? 낮에 갔다면 좀 더 거리 본연의 색감이라던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 카페 안 창가에 앉아 창 밖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느껴볼 수 있을테지요.
여하튼. Meili랑 Five & Ten이 시모키타자와역 근처에 있다고 해서 '조금만 걷다 보면 금방 찾겠지-' 라 생각했었지만, 한참이나 몸이 고생한 후에야 오산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길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어, 가이드북을 들고 다녀도 골목 하나만 잘못 꺾어 걷다 보면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특히나 가이드북에 담겨있는 사진 속의 느낌과 많이 달라서 더 헤멘 거 같아요. 생각보다 가게가 많이 작기도 했구요. 그래도 뭐,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법. 헤맨 정도가 조금 지나치긴 했지만, 그래도 찾긴 찾았습니다. Meili는 30분 정도 걸어서, 그리고 Five & Ten은 (걸어서 5분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거리를)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어서요. 걷다가 예쁜 속옷/잠옷을 파는 가게를 발견,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로 흰 바탕 - 하늘색 점무늬의 귀여운 잠옷을 한 벌 샀습니다. 그리고 K양은 다른 옷가게에서 빈티지풍의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구입(옆에서 제가 지르라고 부추겼슴다. 후후).
Meili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생활 소품을 주로 판매하는 잡화점입니다. 빈티지 풍의 소품이 좀 많은 듯 해요. (점심을 싸가고픈 마음을 절로 들게 하는) 도시락통과 귀여운 수저, 옆면의 일부를 동물 모양으로 비워 둔 원기둥 덮개가 달린 전등 등등, 지갑을 열게 만드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등이 가장 탐이 났지만 110V 전용이라 포기...... 대신 누나에게 줄 텀블러와 지인에게 줄 작은 손수건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Five & Ten은......가이드 북에는 코믹한 디자인의 잡화와 빈티지풍 생활용품을 주로 판다고 나와있었습니다만...그 새 바뀌었나봅니다. 코믹한 디자인의 잡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파는 물건들도 별로 없구요.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으로(실은 많이) 시모키타자와역을 향해 나섰습니다......만. 전철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훈훈한 얼굴의 소년을 보며 K양도 저도 다함께 급방긋. 으헤헤.
+ 서서 마시는 선술집
칸다에 도착, 숙소에다 오늘의 전리품(이라기보다는 진상품)을 갖다놓고서 K양, L군과 함께 선술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전철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언뜻 보았던, 사람들이 서서 마시는 듯 했던 선술집이 목표! 가는 길에 만난 S양도 선술집 원정대에 합류!
그 선술집은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먹는게 아닌, 앉는 자리 자체가 아예 없이 사람들이 서서 마시는 선술집이었습니다. 출입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서 술과 안주를 주문. 벽에 주르륵 붙어 있는 종이들을 보고 일단 주문을 하긴 했습니다만 조금 불안했습니다. 사진 없이 붓으로 휘갈겨 쓴 듯한 글자만이 종이에 담겨 있었거든요. 혹시나 어제 마신 술집에서 시켰던, 사진빨로 사람을 낚고 실망감만을 안겨준 안주처럼 나올까봐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이번엔 대성공! 양도 적절, 맛도 적절, 네 명 모두 만족!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술집이었습니다. 안주도 맛있고 맥주도 시원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가볍게 그리고 기분 좋게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아무래도 서서 마시다보니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건 힘들 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술집 안의 다른 사람들도 가볍고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어설픈 일본어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라고 했더니, 점원분도 방긋, 덩달아 저도 방긋. 정말 기분 좋은 한 잔이었습니다. (이벤트 기간이어서 맥주 값도 조금 할인 받을 수 있었어요 =D)
2차로 조금 떨어져 있는 다른 술집으로 옮겨서 마셨지만, 그 곳에서의 주문은 다소 실패. 먼저 술은 '역시 일본 소주는 밍밍하다-'라는 것을 또다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안주는...아까와 비슷하게, 메뉴판에 사진은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선술집에서의 대성공에서 자신감을 얻고서 대충 해석해가며 (특히 주방장(?) 추천의 ☆가 달려 있는) 메뉴를 주문했습니다만,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이었을까요. 대실패. 오이 절임, 머릿고기 절임... 양도 쬐끔, 맛은 그럭저럭, 가격은 비쌈. 안주를 주문할 때 '엥? 정말?' 이라는 느낌으로 바라보던 웨이트리스가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봤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윽. 새로 주문한 찌개가 그래도 선방을 해 줘서, 2차 대실패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과는 별도로, 부대찌개였던 것 같은데, 얼큰해보이는 사진과 함께 '한국의 맛!'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를 보고 주문을 했습니다만 그리 얼큰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달달하달까. 미소 맛도 좀 나고요. 그래도 절임만으로만 마시는 것보다는 좋았습니다.
숙소로 오는 길에 아쉬움이 좀 남아, 또다시 편의점에 들러 맥주랑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갔습니다. 또다시 내 방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새벽 두세시까지 수다를 떨다가 각자 잠을 자러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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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누나에게 선물로 준 텀블러는 지금 제가 쓰고 있지요 =D 다 내 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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